나는 뭘까....?

지적이고 허세 어린 농담을 주고받다 봄 세상이 조금 만만하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어느 날 자리에서 눈을 떠보니 시시한 인간이 돼 있던 거다.
아무것도 되지 않은 채. 어쩌면 아프로도 영원히 이 이상이 될 수 없을 거란 불안을 안고.

헤드라이트를 켜고 야간 운전을 하는 사람처럼, 불빛이 닿지 않는 시야 밖 상황이나 관계를 종종 까맣게 잊어버리기도 하는.

 

서윤은 오랫동안 그것이 제 삶 가까이 오지 못하게 흡사 파리 떼를 쫓는 사람처럼 두 팔을 휘저으며 뒷걸음질 쳤다.

 

한 나라와 다른 나라 사이에 바다와 하늘만 있는 줄 알았는데, 면세점이 있었다.
공항 안의 쾌적한 공기가 살갗에 닿자 화폐 감각이 무뎌지며 베짱이 생겼다.



두 사람은 전 세계 양아치들의 추파를 한 몸에 받으며 이국의 뒷골목을 헤매었다.
서윤은 모국어에 데이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다.

 

 

소리에도 겹이 있다는 것. 좋은 스피커를 통과한 소리는 음악이 ㅏ니라 건축이 된다는 것. 그것도 그냥 건물이 아니라 대성당이 된다는걸 서윤도 어렴풋이 경헝해봤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내 나라말을 딴 나라말이라 불러보니 좋다.

고국에서는 한국어를 '하는' 혹은 한국어가 '있는' 느낌이었는데, 외국서는 '한국어를 가지고 다니는' 기분이다.

 

힘든건 불행이 아니라......... 행복을 기다리는 게 지겨운 거였어.

 

'1700년대 바흐가 작곡한 음악을, 2000년대 감보디아에 온 한국 여자가 1900년대 글렌 굴드가 연주한 앨범으로 듣는구나' '이상하고 놀랍구나' 하고 생각했다. 세계는 원래 그렇게 '만날 일 없고' '만날 줄 몰랐던' 것들이 '만나도록' 프로그래밍돼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고.

 

 

 

현대문학 스터디 때 서윤이 "교수님들 세대는 가난이 미담처럼 다뤄지는데 우리한테는 비밀과 수치가 돼버린 것 같아"라고 웅얼대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 참... 이 작가님..... 글을 너무 사실적이게 잘 쓰시는것 같다.

..... 예상치 못한 곳에서 눈물나게 하시네....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글을 쓰신다....

정작 원하던 은지는 아무도 못만났는데  보고싶은 사람이 없다고 했던 서윤이는.....ㅠㅠㅠ

마지막까지... 참.. 씁쓸하게 끝내버리시네...  김애란작가님의 다른 소설도 갑자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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