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생각보다 썩기 쉬운 물질로 이루어져있었다.
별들의 운행처럼 긴 꼬리를 그으며 자동차가 도로 위를 회전하는 소리였다.
호들갑스럽지 않게 자기주장을 하고 있는 정장.
책가방에 점수가 잘 나온 성적표를 담아 집으로 뛰어가는 아이처럼 나는 히죽 웃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 많은 물건 중 내게 '딱 맞는 한 뼘'은 없었다는 거다.
모든 건 늘 반 뼘 모자라거나 한 뼘 초과됐다. 본디 이 세계의 가경은 욕망의 크기와 딱 맞게 매겨지지 않는다는 듯.
아직 젊고, 벌날이 많다는 근거 없는 낙관으로 나는 늘 한 뼘 더 초과되는 쪽을 택했다.
그녀의 손은 스스로 과시하고 있지 않아 더욱 과시적으로 보였다.
누군가 나를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만져주고 꾸며주고 아껴주자 나는 아주 조그마해지는 것 같았고, 그렇게 안락한 세계에서 바싹 오그라든 채 잠들고 싶어졌다.
구두나 가방, 목걸이뿐 아니라 몸 자체도 하나의 장신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어쩌면 몸이야 말로 가장 비싼 액세서리일지도 몰랐다.
나는 책가방에 좋은 성적표와 함께 상장까지 얹어 가게된 아이처럼 연신 비실비실 웃었다.
거리를 쇼윈도를 바라보는 수천 개의 눈들로 꽉 차 있었다.
"왜, 박완서의 『엄마의 말뚝』이란 소설 보면 주인공이 국화빵을 처음 먹고 놀라는 장면이 나오잖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 그래요?"
"그래, 그런게 있어 . 아무튼 그때 걔가 엿이나 꿀과 다른 팥앙금 맛을 뭐라 표현하냐면, 그건 서울의 감미, 대처의 추파였다. 뭐 이런 말을 해."
카페인이 민들레 씨앗처럼 온몸에 퍼져 나가며 세포 하나하나를 건드리는 느낌이 났다.
해 질 녘 축축해진 나무 냄새가 상그러웠다.
그렇게 오래 여행 가방 옆에 있자니 어쩐지 우리가 떠나온 사람 떠나갈 사람이 아니라 멀리 쫓겨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꽤 오래전부터 그렇게 커다란 가밤을 이고 다녔던 것 같은 기분도
읽고 난 후 뭔가 씁쓸하다. 작가는 뭔가 밝은 느낌보단 삶의 어두운면을 세세하게 잘 표현해 내는 것 같다.
내가 살아가고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말하고.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떠한 문장은 여러번 곱씹어보고 다시읽어보게 된다.
여행가방이 참 와닿더라..... 캐리어를 보면 항상 어딘가로 떠나가고 여행간다는 생각이들었지만....
꽤 오래전부터 그렇게 커다란 가방을 이고 다녔던 것 같은 기분.... 살아가면서 나는 얼마나큰 캐리어를 이고 사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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