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까....?

옷 사면 사람 만나야 하고, 사람 만나면 술 마셔야 되고, 술 마시면 실수하고, 실수하면 후회하게 되리란걸 알지만. 

그런 패턴조차 내가 사회적인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었다.

 

 

유행은 왜 금방 낡아버리는지,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쭈글쭈글 함부로 쌓인 옷더미가 내 남루한 취향과 구매의 이력처럼 느껴져 울적했다.

 

 

지금도 나는 나무가 뿜어내는 '피톤치드'라는 식물의 방어 물질에 사랑의 묘약이 섞여 있다고 믿는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신학기의 그 많은 청춘이 그렇게 동시에 상기된 채 해롱댈 수는 없는 일이다. 번식기의 젊음이 내뿜는 에너지는 은근하며 서툴렀고 노골적인 동시에 싱싱했다.

숨은 그림 찾아내듯 누군가 나를 발견하고, 내 이마에 크고 시원한 동그라미를 그려주길 바랐다.

유리창 안으로 순한 연두색 풍경과 햇빛이 쏟아졌다. 눈을 감고 깊은 숨을 쉬었다. 유리벽을 뚫고 투명한 피톤치드 입자가 방울방울 스며오는 느낌이었다.

 

 

광합성을 하는 사람에게는 광합성의 빛이, 전자파를 먹고 사는 사람에게는 전자파의 빛이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니까.

한밤중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조그만 불빛을 따라 내 마음도 빨갛게 깜빡거렸다는 것과, 그 나이에만 쓸 수 있는 순수하고 유치한 문장들에 내가 퍽 의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범박하고 산뜻한 농담도 잘해줬다.

나는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당연히 나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다.

 

 

창문 주위의 네모난 어둠이 액자처럼 봄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봄 한가운데에 내가 있었다.

 

 

천장 위 형광등이 불안하게 몸을 떨었다.

 

 

팔뚝 위로 선배 손의 완력과 축축한 여운이 느껴졌다. 환한 봄날 한가운데에 어두운 옷을 입고 서 있던 내게 '이 여자의 생활이 보여 좋아'라고 말 하던 

아직 상복을 벗지 못한 채 울고 있는 나를. 여름옷을 주렁주렁 매단 2단 옷걸이가 무심히 그리고 오랫동안 굽어보고 있었다.

 

 

 

 

참..... 아이러니하네......  어쩌다 좋아하게된 사람이 오랜만에 연락이왔는데..... 부탁인데......

하필 여자로써..... 좋아했던 사람 앞에서 그런모습을 보여야한다니.... 거절을 하지 못했던 그사람 마음은 어땠을까....

뭔가 항상 기회와 위기는 같이 오나보다....  현실적으로 글을 참 잘 쓰신다.  마치 본인의 경험담 인것 처럼... 

읽다보면 머릿속에 그림이 정말 잘 그려진다......호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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