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뭘까....?

비행운 - 벌레들

2020. 3. 31. 20:50

일상의 부스러기처럼,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작은 단서로만 각 세대의 사정을 짐작해볼 따름이다.
창가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화분의 고요

 

어둠 속, 팔뚝 위로 느껴지는 미세한 꿈틀거림, 불을 켜고 봤을 땐 아무것도 없는. 느낌은 있지만 잡을 수 없는 어떤 것들 말이다.

 

도심 한복판 홀로 서 있는 나무의 검은 실루엣이 바람을 따라 신성하고 아름답게 흔들렸다.

 

매일매일 책상이며 장식장 위를 닦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끔은 이 많은 먼지가 어디서 날아오는지 궁금했다. 날마다 쓸고 닦아도 결코 없어지지 많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들의 행방이.

 

우리가 맘에 들어한 큼직한 창문은 햇빛, 바람과 함께 먼지와 소음을 실어 나르는 통로가 됐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소문처럼, 무서운 속도로 달려왔다 딱 서너 발자국을 남기고 물러서는 파도처럼, 어디선가 떠나오고 또 떠나가는 자동차 소리들. 넓은 곳에 살고 싶다는 욕구는 어느새 조용한 곳으로 옮기고 싶다는 바람으로 바뀌었다.
나는 차 소리가 싫었다. 하지만 온몸으로 그 소리를 빨아들이고 있었다. 매일매일 도시를 들이 마시고있었다.
고요는 오존층처럼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투명한 막 같은 거였다. 물이나 햇빛처럼 사람이 사는 데 꼭 필요한.

 

장미빌라에 들어온 첫날, 아이도 내 배 속에 입주한 셈이다.
거의 다 왔다고 여긴 마라톤 코스가 한없이 늘어난 느낌.

 

오래된 건물 자재와 쓰레기 더미가 폭염 아래서 썩어가는 냄새였다. 그 속에는 거기서 오래 살았던 사람들의 체취도 섞여 있었다. 나는 그게 빈곤의 냄새라고 생각했다.
창틀 위로 기어가는 깨알만 한 벌레를 라이터로 무심히 눌러 죽였다.

 

구름 한 점 없는 땡볕 아래, 물을 찾아 온종일 앞발로 모래를 파는 짐승처럼 굴착기는 새된 소리로 울어댔다.
폭우를 맞고 있는 폐허는 뜻밖에 좀 경건해 보였다.

 

 

지치지 않고 번식하는 계절, 이 지나치게 싱싱한 여름은 먹성 좋은 괴물처럼 뚱뚱해져 갔다.

 

붉은 기와 사이로 내장처럼 볏짚 더미가 빠져나왔다.
나무는 자신이 쥐고 있는 걸 놓으려 하지 않았다.

 

너그러운 듯 관대하지 않은 자연. 콧구멍 사이로 기분 좋은 공기가 들랑거렸다.
애벌레는 급한 소식을 갖고 온 전령인 양 금방이라도 들어올 것처럼 버둥댔다.
세정제 거품이 방충망의 쇠로 된 그물을 타고 무겁게 흘러내렸다. 애벌레가 소스라치며 뒹굴었다. 아울러 내 속에 있는 가학적인 쾌감도 꿈틀댔다.
A구역은 세상만사를 삼킨 심연처럼 시커먼 아가리를 벌린 채 시치미를 떼고 있었다.

 

단단하고 우둘투둘한 피부, 구조를 요청하는 손처럼 길게 뻗어 있는 가지, 물고기처럼 떼로 죽어 있는 잎사귀들
길게 줄 이은 벌레들의 행렬은 갈래를 뻗어 재앙처럼, 혹은 난민처럼 도시로 도시로 퍼져 나가고 있었다.

 

 

 

읽으면서 느낀 게 진짜 실제로 내가 벌레를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고 그렇게 느끼도록 단어와 글을 잘 쓰신다.

특히나 표현력이 대단하다 읽으면 머릿속에 바로 그려진다. 그리고 표현이 정말 사실적이다.

내가 느꼈던 적 있는 감정과 그때 기억이 떠오르더라....  그리고 혹시 본인이 겪었던 일을 쓰신 건 아닌지...

사건이 계속 일어나지만 절대 엉성하지 않고 사건과 사건이 연결이 부드럽다. 여기서도 힘들게 돈을 모아 이사를 왔지만

옆에는 재건축을 위해 공사가 시작되고 그리도 새로운 가족이 생기지만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고 그러다 더 큰일이 생기고 또 거기서 더욱 큰일이 발생하더라... 와... 참.. 어쩜 우리네 인생이랑 이리도 비슷할꼬.....

근데 항상 끝 맛은... 그렇더라... 우리 삶이랑 비슷하게 쓰시려고 그런 건가.... 너무 닿아있어서 흠............ 

그냥 그렇다...  평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사시는지 어떤 분일지 궁금하다.... 요기까지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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